[영화] 남산의 부장들 (2019)


곽도원과 이병헌의 출연 소식으로부터 시작해 이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보면 실망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영화의 줄거리는 미리 알지 못했지만, 영화를 보고 초반에 상황을 설명하는 장면을 통해 1979년 10월 26일의 10.26 사건을 다룬 영화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장면에서는 중앙정보부장 김재규가 박정희 대통령과 차지철 경호실장을 총으로 시해하는 장면이 보여지며, 그 이후에는 40여일 전으로 되돌아가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가끔씩 궁금해했던 것이 있었습니다. 왜 김재규는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했을까요? 김재규는 구테타를 함께 일으킨 동지들 중 한 명이었으며, 자신 또한 엄한 시절에 박정희 대통령 다음으로 2인자로 자리 잡고 온갖 나쁜 짓을 저지른 인물이었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18년 독재를 끝내는 결정을 내렸을까요? 영화는 10.26 사건이 일어난 40여일간의 사건들과 그 시기의 핵심 인물들의 심리 상태를 중심으로 보여줍니다. 김재규는 처음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을 바랐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경호실장인 차지철과의 충성심 경쟁에서 밀리게 되면서 박 대통령의 신뢰를 잃게 되었고, 이는 그에게 커다란 모욕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입니다.

영화에서는 곽도원 배우가 전임 중정부장 역할을 맡아 김형욱 씨를 연기하였습니다. 김형욱은 실제로 중정부장으로 일하면서 수많은 부정행위를 일삼다가 박정희 대통령에게 해고당하고 미국으로 망명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후 김형욱은 박정희와 관련된 내용을 폭로하여 코리안게이트 사건을 미국 의회에서 일으켰고, 그 후 회고록 사건으로도 유명해졌습니다. 1979년 10월 파리에서 사라졌으며 이에 관련하여 여러 가설이 제기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김재규와 김형욱이 친구로 나오며, 김재규가 회고록을 내겠다고 박정희를 협박하던 김형욱을 설득하러 다녀오기도 하고, 박정희 대통령의 신임을 얻기 위해 김형욱을 살해하도록 명령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서로 상관없는 사건을 영화적으로 연결시킨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김재규와 차지철의 친밀한 동지관계가 10.26 사태를 일으킨 주요 요인 중 하나였습니다. 김재규는 민주화 운동가는 아니었지만, 차지철과의 충성 경쟁에서 밀려나고 나서는 차지철에게 모욕을 받았고, 이에 분노하여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하는 계획을 세우게 되었습니다. 차지철은 매우 무례한 언사를 사용하여 김재규를 자극시키며, 그의 분노를 일으켰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후의 사건 처리는 그다지 계획적이지 않았고, 우발적인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18년 독재정치가 결국 우발적인 사건 하나로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이병헌 배우는 압도적인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영화 전체에서 과하지 않게 차분하게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습니다. 그는 얼굴 표정으로 복잡한 심리 상태를 묘사해 냈는데, 이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영화는 재미있게 봤습니다. 평점 8.6을 주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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